더불어 사는 터전 마련하고파
더불어 사는 터전 마련하고파
  • 박세아 기자
  • 승인 2016.01.0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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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산업으로 귀농한 황사진·권경미 부부

아름다운 귀농고장 ‘순창’
2013년 중 자연이 가장 푸른빛을 발한 5월 아름다운 순창에 자리 잡은 그는 귀농 전 전국을 누비며 후보지를 탐색했다.
“전공이 컴퓨터와 기계 설계 관련이라 딱딱하고 메마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면에는 산을 좋아하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싶어 하는 자연인의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48일에 걸쳐 전국 산을 종단할 정도로 못 말리는 산악인이었죠.”
황사진 대표는 그간 장기 산행을 다니며 보급을 위해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 마을에도 자주 들렸다. 마을마다 기후와 재배작목, 시골인심 등을 기록하며 현대판 택리지를 써내려가던 도중 이곳 순창에 들렀다.
황사진 대표는 “장기산행 중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을 중심의 정자에서 야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심 좋은 이곳 이장님이 자기 집에서 자고가라며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가 순창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인심뿐만이 아니다. 이곳 쌍치면에는 축사가 없어 물이 깨끗하고 마을 주민 간의 합의로 농약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곳이면 황사진 대표 본인은 물론이고 자식과 손자까지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귀농을 할 때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도시 안에서 이동하는 것은 직장과 교육 문제 등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귀농은 자기 뼈를 묻고 나아가 2세들이 힘들 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가공품 생산으로 지역민과 상생
황사진·권경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약곰농토는 ‘약 만드는 곰과 농사짓는 토끼의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들처럼 넓은 농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1652m²에서 블루베리, 오디, 복분자, 매실, 복숭아, 포도 등을 비롯해 자색양파, 수박, 상추 등 총 30여가지 품목을 다양하게 재배하고 있다. 다른 귀농인들처럼 제대로 된 시설에서 다수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처음 귀농을 결정하고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들처럼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며 수익을 올릴 것인지, 최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6차산업에 몸을 담글지 중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황사진 대표가 선택한 길은 생산보다는 가공에 치중하는 일이다. 그가 자리 잡은 순창 쌍치면은 지대가 높아 준 고랭지에 속한다. 평지에 비해 수확시기가 늦어 수매시기를 넘길 때가 많아 좋은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많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러한 사정을 파악하고 자신이 가공을 맡아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다.
황사진 대표는 “농산물 가공 산업은 무궁무진할 정도로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은 다양한 과일을 재료로 한 잼을 만들고 있다. 기계설계 전공을 살려 잼을 제조하는 기계도 직접 만들어 농촌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나에게 맞게 제작,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디, 블루베리, 복분자, 아로니아, 자색양파, 수박, 복숭아, 매실 등을 잼으로 개발했다. 만든 잼은 귀농귀촌 설명회나 모임 같은 데에 나가서 시식회를 열고 반응을 살핀다.
특히 아로니아와 같이 약효가 있는 농산물은 약성이 떨어지지 않게 가루로 만들거나 취향에 따라 먹기 편하게 와인 등 음료로도 만들었다.
황사진 대표는 “몸에 열이 있는 사람이 먹기 좋은 것은 오디 와인이고 몸이 찬 사람이 먹기 좋은 것은 복분자다. 수요와 공략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른 농가들이 열심히 생산한 1차 생산물을 사들여 가공 후 판매하면 재배농가도 좋고 나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해 온 가공 레시피를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여럿이서 방법을 공유하고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공동체가 생존하는 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가공품 생산을 위한 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농촌에 활력 불러오는 귀농인 될 터
황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은 누구나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처음 진입할 때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으니 후발 주자들에게 같은 시행착오를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다. 이는 상대를 경쟁자로 인식하기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업자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선배 귀농인으로서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자주 해준다. 요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어와서 힘들 정도라고.
황사진 대표는 “대부분의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농사짓는 방법을 원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편하게 돈 많이 벌면서 하기를 원하는 것과 똑같다. 다른 토박이 농업인들이 들으면 당장에 화가 날 만도 하지만 나도 같은 귀농인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럭셔리한 농촌생활을 예상하면 와서 다치는 것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귀농인은 기존 농업인들과 생활해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민은 농사일에 특화돼 있듯이 귀농인은 지역민이 가지고 있지 못한 특기를 가지고 들어온다. 일례로 간단하게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으로 마을에서 필요한 행정작업을 쉽게 할 수 있고 농한기를 이용해 건축, 설계, 용접 등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강사로서도 활동이 가능하다.
황사진 대표도 도시에서 습득해온 다양한 재주로 농촌에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제작 방법을 다른 농업인들에게 전수해주기도 한다.
“내가 귀농을 한 목적은 혼자서 잘 살기위해서가 아닙니다. 작게는 가족들과, 손자·손녀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휴식처를 마련하기 위함이고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꾸미고 싶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고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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