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 딸기 홍콩에 수출 친환경 수출단지 조성이 목표
충남 논산시 서강은 씨
충남 논산에 귀농해 10년 동안
딸기 농사의 길을 걸어온 서강은 씨.
그동안 국내 딸기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딸기 시장도 ‘레드오션’이
됐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결국 농가 20호의 뜻을 모아
논산수출딸기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동안 국내 딸기 시세가 너무 좋았어요. 수출 단가보다 국내 단가가 더 좋으니 수출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딸기 농업의 ‘메카’로 꼽히는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 10년째 딸기 농사를 하고 있는 서강은 씨는 논산수출딸기협의회 소속이다.
“전국 귀농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목이 딸기이다 보니 생산량이 크게 늘었어요. 최근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지만, 딸기도 제 가격을 못 받는 경우가 생겨 수출을 결심하게 됐어요.”
수출딸기협의회는 올해 처음 홍콩으로 ‘죽향’ 품종 딸기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충남도청 농정유통과와 인근 상월농협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자문과 조언을 연구한 결과였다. 덕분에 NH무역을 통한 수출이 가능해졌다. 아직 수출 초반이라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는 분석이다.
복숭아 향이 나는 ‘죽향’ 딸기
홍콩 소비자들에게 반응 좋아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수출 딸기 품종은 ‘매향’이다. ‘설향’보다 경도가 더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기 때문에 남부 지방 딸기 주산지에서 수출용으로 많이 재배된다. 반면 논산딸기수출협의회에서는 수출용 품종으로 ‘매향’ 대신 ‘죽향’을 택했다.
“기존에 재배하던 ‘설향’과 함께 ‘죽향’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죽향’ 품종은 담양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 2006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품종보호 출원했다. 국내 농가에는 2013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유의 달콤새콤한 향과 맛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설향’의 두배 가격을 받는 ‘프리미엄’ 품종이다.
이러한 ‘죽향’ 품종은 ‘설향’ 품종보다 경도가 더 단단해 수출 중 물러질 염려가 적으며, 당도는 더 높은 점이 장점이다.
“우리 수출협의회 소속 농가들은 전부 무농약 이상 친환경 인증 농가입니다. 저는 100% 유기농 딸기만 재배하고 있고요.”
홍콩으로 수출하기 위한 검역이 까다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씨는 고개를 젓는다. 국내 잔류농약 검사 기준이 오히려 더 엄격하다는 설명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서 씨의 농가에선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기질 퇴비와 직접 제조한 미생물 발효액으로 토양을 관리한다. 토경 재배를 하기 때문에 토양 소독은 필수인데, 여느 유기농 농가와 마찬가지로 태양열 소독 방식을 택했다. 또한 연작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녹비작물인 ‘수단그라스’와 ‘네마장황’을 윤작하고 있다. 이들 녹비작물은 토양 선충을 사멸시키는 것은 물론 토양에 충분한 유기질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어 토양 관리에 효과적이다.
이렇게 서 씨가 관리하는 딸기 비닐하우스는 6.6ha(2만평)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육묘 작업장이다. 서 씨 농장에서 사용하는 딸기 모종은 전부 자가 육묘한 모종이다. 이렇게 육묘부터 출하 단계까지 철저히 관리된 서 씨네 농장의 딸기는 대부분 이마트로 출하되고, 일부는 직거래 되거나 가공용 딸기로 판매된다. 서 씨는 직접 키운 유기농 딸기를 ‘좋은날애(愛)’ 브랜드로 출하하고 있다.
새콤달콤 친환경 논산 딸기
연 200t 해외 수출이 목표
“장기적으로는 상월면 일대에 수출딸기단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친환경 논산 딸기를 연간 200t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강은 씨는 앞으로 ‘논산 표’ 친환경 딸기의 수출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재 동남아에서 중국산, 일본산과 경쟁하는 한국산 농산물은 ‘중국산보다 안전하고 일본산보다는 저렴해 경제적’이란 인식이 강한 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면서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려면 결국 ‘친환경
농산물로 현지 중상류층의 구매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논산시가 개발한 ‘숙향’ 품종 등 좀 더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계획도 구상 중입니다.”
‘설향’ 품종보다 흰가루병에 더 취약해 재배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죽향’을 성공적으로 재배한 비결로, 서 씨는 철저한 방제와 유황훈증을 꼽았다. 잿빛곰팡이병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지난 겨울은 비 온 날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했던 덕분에 병충해 걱정 없이 재배가 수월했던 편이다.
한편,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이 개발한 ‘숙향’ 품종은 2015년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등록된 신품종이다. 열매의 붉은색이 진하며, 무게가 20g 내외로 ‘레드펄’ 품종보다 큰 대과형 품종이다. 과실이 매우 단단해 고온기에도 잘 물러지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딸기 농사를 하면서 요즘처럼 국내 딸기 시세가 안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향후 전망을 보더라도, 앞으로 수출은 필수입니다.”
정부 기관이나 농협이 주도한 것이 아닌, 농업인들 스스로 절박한 상황 판단에 의해 시작한 수출 사업인 만큼, 앞으로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고품질 친환경 딸기로 동남아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