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한우곰탕 넘쳐난다
원산지 표시제 보완 필요...아리송한 원산지 표시, 소비자 혼란 가중돼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일부 한우곰탕이라는 이름을 걸고 버젓이 수입 쇠고기를 제공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식육 쇠고기의 종류를 생략하거나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섞고 한우요리인 것처럼 오인을 유발하는 표기 실태가 드러나면서 원산지표시제도의 허점과 함께 대대적인 보완 및 개정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공동대표 박인례)가 지난 7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특별시 25개구 총 524개 음식점과 배달 앱, 정육점 등의 원산지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원산지표시제도를 악용해 소비자를 혼동케 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특히, 탕류 육수는 한우를 활용해 육수의 원산지인 한우만을 강조하고 고기는 수입육을 제공하는 소비자 기만적 표시가 축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음식업소 출입문에는 한우사골 설렁탕, 한우곰탕 등으로 크게 표시·홍보하면서 내부 원산지 표시판에는 미국산·호주산 등으로 작게 표시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행태는 주로 소비자가 최종 음식물의 원산지를 오인할 가능성이 크거나 한우인지, 수입산인지 음식의 원산지국에 대한 애매한 혼란으로 소비자가 명확히 판단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2개 이상의 원산지임에도 섞음을 표시하지 않고 얼마나 들어갔는지 비율을 알 수 없도록 표기하거나 메뉴판에 교묘하게 수입육 원산지를 작게 표시하는 등의 수법을 써서 한우전문점으로 속여 이익을 챙긴 것이다.
문제의 혼동표시가 많은 업종은 주로 음식점으로 품목은 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갈비탕 등 국물요리가 가장 많아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유명 한우곰탕 프랜차이즈는 육수에만 한우를 활용하고 주재료인 고기는 수입육을 사용하고 있던 경우도 있어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모호한 기준 때문에 현재는 농관원이 현장에서 메뉴나 표지판의 경우 주로 원산지 표지판의 표시 위법 사실 여부만을 놓고 단속이 추진되고 있다.
원산지 표시법 위반 여부를 교묘하게 피하더라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시행 2019.3.14.)(법률 제15483호) 제8조(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 4항과 5항을 살펴보면,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있다.
현행 원산지표시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대대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측은 “그동안 유통환경 변화에 민첩하지 못한 원산지표시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보완 및 개정을 요구해 왔다”면서, “ 그러나 지금처럼 단속 당국의 뚜렷한 움직임 없이 느슨한 행태와 감시망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문제를 방관한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여 대대적인 점검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원산지를 혼동할 우려가 높다”며 “원산지표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고 한우와 더불어 국내산 농축산물의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앞으로 원산지표시제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실효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산지표시제는 전국한우협회가 2000년대 초반 국가 정책 차원으로 정부에 요구했던 것으로 지난 2008년 쇠고기와 쌀부터 시작돼 현재의 모습으로 확대돼 왔다. 이번 소비자단체의 실태조사로 한우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저가 수입육이 편승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어 전국한우협회는 무력화된 원산지표시제의 보완과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