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수 농가·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화상병이다. ‘과수의 AI’라 불릴 만큼 무서운 전염성을 가진 화상병은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발생했다. 지난 5월 경기 안성에서 발생한 이래 충북 제천, 충남 천안 등 총 43농가(42.8ha)에서 발생했으며, 총 68농가(59.8ha)가 폐원 조치됐다. 또 노지·시설 포도 총 4383개 농가가 올해 FTA 폐업지원금을 신청, 내년도 포도 총 재배면적이 금년보다 11% 감소할 전망이다. <농업정보신문>이 2015년 과수 농가·산업 키워드 10가지를 선정했다.
No 1 화상병
화상병은 사과·배·비파·모과 등 장미과 39속 180여 종 식물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의 조직이 검게 마르는 병이다. 발병 과수가 마치 불에 탄 것 같아 화상병이라 불린다.
병이 발생한 과원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에 있는 기주식물(배·사과·모과나무 등)은 매몰 폐기해야 한다.
현재 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없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방제액을 개화 또는 신초발아 전 살포해야 한다. 또 출처가 불분명한 과수 묘목을 반입하지 말고, 병 발생 과수원에서 생산된 나무는 이동을 금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최초로 발병한 화상병으로 한때 호주로 배 수출이 중단 됐다가 지난 10월 재개됐다. 임명순 한국과수협회장은 “화상병은 AI와 같다. 그만큼 전염성이 높고 위험한 병해충"이라고 말했다.
No 2 포도 집단 폐원
올해 FTA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지급 예정액은 총 1621억원이다. 이중 폐업 지원금은 4600여 농가가 신청해 총 1150억원이 지급될 예정인데, 이중 포도 농가에 대한 폐업지원금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지원금 신청 건수 4610건 중 노지포도는 3702건, 시설 포도는 681건이다.
이에 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는 내년 포도 총 재배면적이 올해보다 11% 줄어든 1만 3600ha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충청이 18%, 영남이 11%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식품부 정현출 농업정책과장은 “포도의 경우 영세·고령농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No 3 곶감 농가 ‘우울’
지난달 26일 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지역내 곶감 농가 1300여 곳 중 약 50%가 피해를 입었다. 또 충남 논산, 경북 상주, 경남 산청 등 다른 곶감 주산지도 각각 지역내 곶감 농가의 30~50%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곶감은 농업재해보험의 농작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농가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맡게 됐다. 생과일과 달리 곶감은 ‘건조 ’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공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현행 농업재해보험은 수확기 이후의 가공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라며 “(곶감과 관련해) 현재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사항은 없으며, 향후 검토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산림청은 곶감 피해 농가와 단체를 대상으로 융자 지원에 나섰다. 융자금지원액은 임업인 5000만원, 임업단체 1억원 이내이며 융자조건은 3년 거치 7년 상환, 이자율은 고정금리 연 2.5%(2016년부터 2.0%)다.
No 4 저농약 인증제 폐지
이달부터 친환경 인증 중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됨에 따라, 대부분 저농약 인증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었던 과수 농가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과수 부문 친환경 농가 중 80% 이상이 저농약 농가이고, 나머지 20%만이 유기·무농약 농가다.
이에 대비해 농촌진흥청은 유기 재배 전환을 도울 매뉴얼을 발간해 보급에 나섰다.
농식품부 김현우 친환경농업과 사무관은 “정부가 농사를 다 지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과수 농가도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No 5 사과 10kg 소포장
지난 8월부터 도매시장에서 사과 표준 거래단위를 10㎏ 이하 소포장 중심으로 개선했다. 주로 유통되던 15㎏들이의 유통 거래단위를 바꾼 것이다.
핵가족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소비유형 변화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취지를 반영했다. 종전에 도매시장 사과 거래단위는 15㎏·10㎏·7.5㎏·5㎏ 4개였으나 10㎏·7.5㎏·5㎏ 3개 단위만 표준 규격화 한다고 전했다. 산지 농협은 올해 초부터 15㎏ 사과상자 제작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농식품부 안형덕 원예경영과장은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잘 지키고 있다. 시행 원년임에도 불구하고 표준 출하규격 비율이 약 90%에 이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No 6 꼭지 자른 수박
올해부터 수박 꼭지절단 유통 활성화 방안에 따라 T-자형 꼭지를 자른 수박 유통이 본격 시행됐다.
충남대학교 산하협력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꼭지부착 여부에 따른 수박의 경도·당도·과육의 색 변화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T-자 수박꼭지 유통관행 개선으로 노동력 절감, 상품가치 하락 방지 등으로 연간 344∼627억원의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농식품부의 기존 표준수박 규격 중에는 꼭지가 시들지 않은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앞으로 ‘꼭지를 잘라낸 부위가 완전히 말라 변색되지 않은 것’이란 내용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No 7 데이 마케팅
과일 품목별 ‘데이 마케팅’도 돋보였다. 농협과 농식품부, 생산자단체 등이 주축이 돼 각종 데이 마케팅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12월 1일은 첫 ‘감귤데이’로 지정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로 개최됐다. 또 사과데이(10월 24일), 단감 데이(11월 4일), 복숭아 데이(7월 28일) 등 매년 열린 제철 과일 데이 행사가 올해도 눈길을 끌었다.
이상욱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올해 사과는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도 당도와 색택 등 품질이 뛰어나 맛이 좋다”며 “애플데이 행사를 계기로 맛있는 사과 한 알로건강도 지키고 사과와 화해의 시민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No 8 제주 감귤 ‘귤로장생’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제주지역본부, (사)제주감귤연합회는 지난 1일 통합브랜드 귤로장생 출범식을 가졌다. 통합브랜드 귤로장생은 ‘귤 섭취로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브랜드는 제주 지역내 각기 다른 감귤 브랜드 37개를 하나로 통일해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졌다.
또 감귤데이로 지정된 12월 1일은 당도 12Brix 이상, 산도 1% 미만의 ‘명품’ 감귤을 의미한다고 제주감귤연합회는 밝혔다. 또한 ‘겨울철 1등 과일은 감귤’이라는 뜻도 부각시
키고자 했다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밝혔다.
농협제주지역본부 강덕재 본부장은 “감귤소비량이 해마다 들쑥날쑥해 균형 소비를 추구하고자 감귤데이를 지정했다. 향후 도내 비파괴선과기가 30개로 늘어나면 품질 유지를 더욱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o 9 아열대 과일
올해 충남 당진과 부산시 등에서 구아바가 처음 수확됐다. 또 그동안 경남·전남 지역에서 주로 재배됐던 백향과(패션프루트)가 올해 전북 순창에서 처음 본격 수확됐다. 전남 완도군은 제주 지역에서 재배되던 애플망고의 본격 보급에 나섰다.
이처럼 아열대 과일의 국내 재배가 올해도 탄력을 받았다. 일각에선 판로나 불안정한 수요 등을 보완점으로 꼽고 있지만, 여러 지자체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대응으로 아열대과일 보급을 적극 검토하는 추세다.
No10 과일 풍년
올해 태풍 피해가 없고 일조량이 많음에 따라 과일이 대체로 풍작을 이뤘다. 곶감, 감귤 등 일부 품목은 비 피해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았으나 사과, 배 등 주요 품목은 생산량이 늘고 작황도 좋았다. 그러나 여러 품목이 두루 풍년을 이룬 데다 제철 과일간 경쟁도 생겨 정작 과일 값은 평년 대비 하락했다. 이에 소비촉진을 위한 행사가 이어졌다. 경북착한사과페스티벌,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등을 통한 과일 특별 할인 판매가 다양하게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