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데이’가 있던 이달 초 오이의 효능을 홍보하는 글과 사진을 접하며 연구자로서 무척 마음이 뿌듯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이는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많아 조깅이나 등산을 할 때 한두 개 챙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땀을 많이 흘리고 근육이 뻐근해 올 때 오이를 한입 베어 물면 갈증이 가시고 상큼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진다. 또한, 허기를 달랠 수 있어 체중 조절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우리나라의 오이 소비량은 1인당 연간 6kg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에서는 오이를 대부분 요리로 즐기는데 우리는 생으로, 신선한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위에서 언급한 이유가 오이를 부담 없고 친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이는 이뇨효과가 있고 장과 위를 이롭게 하며 갈증을 그치게 하는 식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칼륨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우리 몸의 나트륨을 많이 배출시키고 체내의 노폐물도 배출되게 함으로써 몸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큼한 향기와 싱그러움을 지녀 먹을수록 기분을 좋게 만드는 오이가 있는가 하면 한입 씹었을 때 입안에 쓴 느낌을 주는 오이도 있다. 이렇게 쓴맛이 나는 오이는 재배 시 환경 관리를 잘못한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오이의 어깨 부분을 먹으면 쓴맛이 느껴지는데, 외형적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고 정상적이기 때문에 보통은 구별하기가 어렵다. 오이의 쓴맛 현상은 특히,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에 온도가 높고 비가 오지 않아서 토양이 건조하면 뿌리에서 물 흡수가 잘 안 되고, 질소질 비료가 너무 많거나 오이의 세력이 약해져 알칼로이드 화합물이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쓴맛이 나게 된다. 즉, 주말농장이나 한두 포기를 텃밭에 재배했을 때 물을 자주 주지 않게 되면 쓴맛을 내는 오이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오이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약 1,500년쯤 전인 삼국시대 정도로 추정한다. 오이는 본래 쓴 성분이 있어서 사람들이 싫어했는데, 이 쓴 성분을 없애고 먹기 좋게 품종을 개량한 것이 요즘 재배되고 있는 오이들이다.
그럼, 농가에서 쓴맛 오이 발생을 줄이려면 어찌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을 매일매일 조금씩 주는 것이다. 특히 온도가 높고 건조할 때일수록 오이 뿌리에 물을 조금씩이라도 줘야 한다. 뿌리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퇴비를 많이 주는 것이 좋고, 세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하게 비료를 주는 것도 쓴맛 오이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오이는 우리 식생활에서 뗄 수 없는 필수 식재료로 자리매김했다. 무침이나 장아찌, 피클 등 밑반찬으로 소비되고 있고 김치를 비롯해 야외 나들이용 김밥이나 간식, 그리고 여름 별미인 냉면이나 냉채에도 빠지지 않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맛있는 오이가 생산‧유통되도록 오이 묘 단계부터 품질이 좋은 오이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적절한 육묘일수와 묘를 키울 때 저온 단일조건을 만들어 주면 암꽃 발생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와 오이 접목재배 기술 등을 확립했고, 상품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배지경 수경재배 및 관비재배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이상기상 조건에서도 사계절 맛있는 오이가 생산되고 소비자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